지구의 대기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소용돌이로 가득 차 있다. 작게는 욕조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물 소용돌이부터 크게는 여름철의 무시무시한 태풍까지. 우리는 매일 다양한 소용돌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남극과 북극 상공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저기압 덩어리가 소용돌이처럼 항상 꿈틀대고 있다. 매우 변화무쌍하여 수일에서 수주일 간격으로 끊임없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이것을 극소용돌이라고 한다. 특히, 북극에 존재하는 극소용돌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매일매일의 날씨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오존층 파괴나 이산화탄소 방출 같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는 특히 극지역에서 가장 크게 증폭된 형태로 나타나며 극지역에 그 중심을 둔 극소용돌이는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 연구를 할 때 극지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극지역의 온도가 올라가면 극소용돌이는 약해지고, 반대로 극지역의 온도가 떨어지면 극소용돌이는 강해진다.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 극지역의 찬 공기가 쉽게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어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북극의 극소용돌이는 남극의 극소용돌이에 비해 남북으로 요동이 심해서 지역적으로 큰 날씨 변화를 초래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와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서 겪은 겨울철 한파와 폭설도 북극소용돌이의 약화로 인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호경(인하대), 김백민(극지연구소)
하호경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해양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군 기상예보장교를 거쳐, 미국 윌리엄메리 대학교 및 버지니아 해양과학연구소에서 해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사우스앨러바마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 극지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인하대에서 남극과 북극의 해양순환과 부유물질 이동을 연구하고 있다.
김백민 박사는 극지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기후모델을 사용하여 남극과 북극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재현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12년 극지연구 활성화와 대국민 홍보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교육과학부 장관 및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